# 1-1
예수가 잡혔다는 소식과 함께 빌라도에게 자기가 있는 곳으로 예수를 보내어 재판을 맡긴다는 소식을 들었다. 오랫동안 헤롯은 예수에 대한 소식을 들어왔던지라 예수의 얼굴을 직접 보고 싶었다. 무엇보다도 자신이 증오하면서도 자신을 두려움 가운데 빠지게 했던 하나의 얼굴이 생각났기 때문이었다. 한참의 시간이 지났지만 세례 요한에 관한 생각을 떠오르자 약간의 현기증과 함께 그의 등줄기에서 땀이 흘렀다. 급하게 수종을 드는 신하에게 포도주를 가지고 오라고 했다. 신하가 급하게 가지고 온 포도주를 한 모금 마시자마자 그는 잔을 보고 두려움에 사로잡혔다. 그 잔에서 검붉은 피가 솟아오르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쟁반 위에 잘린 세례 요한 머리와 검붉은 피가 흐르는 그 장면이 떠오르면서 심한 구토가 몰려왔다.
“전하 무슨 걱정 되는 일이 있습니까?”
걱정스러운 듯 헤로디아가 말을 걸어왔다.
“별일 아니오”
“얼굴빛이 너무 안 좋으세요. 걱정되는 일이 있으신 것 같아서요. 저에게 말씀 안 하시는 일이 있으셨던가요. 속 시원하게 말씀해 보세요.”
“그게 말이요. 사실……. ” 말을 시작하면서 그의 미간에 주름이 잡히기 시작했다.
“헤로디아 빌라도가 예수라는 자를 잡았다고 소식을 전해졌어. 그런데 자기가 재판하지 않고 나에게 보낸다고 하오”
“전하 예수라고 하셨습니까?”
“헤로디아 그자에 대한 소식을 익히 들어서 잘 알고 있잖소. 귀신이 들린 사람이 그를 만나자 귀신이 나가고 의원들도 고치기 힘든 오래된 문둥병, 앉은뱅이, 소경, 귀머거리, 혈루증, 갖가지 병들을 가진 자들이 예수를 만나면 병들에서 고침을 받았다는 소식을 들었소. 그리고 심지어는 먹을 것을 아무것도 구할 수 없는 광야에서 떡과 물고기를 만들어서 먹였다는 일들 말이요.”
“전하 원래 떠도는 소문은 허풍이 있잖아요. 우리 수하에 있는 마술사들도 그런 재주를 부리지 않습니까? 너무 크게 생각하지 마세요. 그리고 그렇게 대단하고 위대한 사람이 빌라도에게 잡혀있다고 한다면 말이 되지 않죠.”
“듣고 보니 헤로디아 말도 맞는 것 같아. 그런데 나는 그런 것보다 예수가 외치는 말들 때문에 신경이 쓰여. 그가 외치는 말 회개하라 천국이 가까이 왔다. 많은 군중이 그 말에 미혹되어 그를 따르는 자들이 있다는 소식을 익히 들어서 알고 있어. 내가 걱정하는 것은 혹시라도 그를 따르는 자들이 나에게 반기를 들고 민란을 일으킬 것 같아서 말이야. 안 그래도 장인 이레다가 나를 호시탐탐 침공하려고 엿보고 있기에 조심해야 한다고 생각이 들어서. 간사한 빌라도 녀석이 나를 존경하는 것처럼 보이려고 자기가 처리하기 힘든 자를 나에게 보낸 것 같은 생각이 들어”
“헤롯 설마 그렇게 일이 안 좋게 흘러갈까요? 너무 전하가 예민하신 것은 아닌가요?”
“아니야 헤로디아. 당신도 기억할 거야. 요한이라는 자 때문에 얼마나 당신과 내가 어려움을 겪었는지 잊었어?”
헤로디아의 요한이라는 이름을 듣자마자 얼굴이 일그러졌다.
“전하 그 이름을 왜 여기에서 꺼내십니까? 그자 때문에 열받아 미칠 것 같았단 말이에요.”
“혹시나 내가 죽인 요한이 죽지 않고 다시 나타나지 않았을까 생각이 들어서 말이야. 요한이 외치는 말이나 예수라는 작자가 외치는 말이 너무 비슷하지 않아? 요한이 나에게 헤로디아 당신과의 일을 공개적으로 비판했을 때 너무나 당황스러웠어. 우리는 서로를 깊게 사랑한다고 하는 일이 세례요한에게 비난받았잖아. 예수라는 자가 또다시 그렇게 복잡하게 일을 만들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고 말이야.”
“전하 요한이 그렇게 했다고 하더라도 어떻게 하셨어요? 전하께서는 권세가 있지 않으십니까? 그를 옥에 가두셨고 그의 머리를 베시지 않았습니까? 더 이상 걱정하지 마시고 주무세요. 밤이 너무 깊었어요.”
그녀의 손길이 그의 몸을 감싸자 헤롯은 눈을 감았다.
# 1-2
‘헤롯 당신이 행한 일은 올바르지 못한 일입니다. 당신의 동생 빌립의 아내인 헤로디아를 빼앗아 아내로 삼은 것은 정의롭지 못한 일입니다. 당신은 그 일로 당신의 아내까지 버렸습니다. 당신은 권력으로 여러 아내와 첩을 가질 수 있습니다. 왜 빌립의 아내를 빼앗아 백성들에게 혼선을 주십니까? 그 일이 하나님 앞에서 올바르지 못한 것을 깨닫지 못하십니까? 지금까지 나는 이스라엘 백성에게 회개하라 하라고 외쳤습니다. 회개의 메시지를 들은 자 중에 돌이키고 회개하며 하나님 앞에 돌이킨 자들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제일 본이 되어야 할 지도자인 헤롯 당신께서 하나님이 기뻐하시지 않는 일은 자초 하십니까? 당신이 이 일을 돌이키고 분명하게 바로잡지 않는다면 당신은 여러 가지 어려움에 부닥치고 말 것입니다.’
세례 요한은 다 떨어지고 허름한 옷차림에 지팡이를 들고 서 있었지만, 왕인 자신에게 거침없이 말하는 세례 요한은 반짝이는 눈동자를 가진 채 자신에게 서 있었다.
“전하 어서 일어나셔야 합니다” 갑작스러운 내관의 소리에 헤롯은 눈을 떴다.
“빌라도 총독께서 예수를 보냈는데 조금 전에 도착했습니다.”
“지금 그가 어디에 있냐?”
“네 전하께서 재판을 진행하시는 뜰에 잡혀 와 있습니다. 그를 여기로 끌고 올까요? 전하 빌라도 총독의 말로는 그에게 죄를 고발할 것이 없어 보인다고 했습니다. 대제사장과 바리새인들의 계략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무리하게 예수를 심문하시다가 곤란한 일을 당하실까 걱정이 됩니다.”
“아니다. 내가 직접 가서 그를 심문해야 하겠다.”
재판을 진행하는 뜰로 옮기는 발걸음에 많은 생각을 헤롯은 했다.
예수의 소문을 익히 듣고 있었던 그인지라 기적을 일으켜 하늘에서 우레를 쏟아 놓을까 봐 두려웠다. 혹시나 그가 자신에게 많은 돈을 놓고 간절히 놓아달라고 요청하면 놓아줄 생각도 했다. 헤롯이 그에게 도착했을 때 이미 많은 매를 맞아서인지 예수의 옷은 찢겨 있었고 찢어진 상처 사이로 검붉은 피가 흐르고 있었다. 예수를 본 헤롯은 ‘아니 저자가 얼마 전까지 많은 기적을 일으킨 메시아가 맞는가?’ 생각과 함께 죽음 앞에 서 있는 연약한 인간의 모습을 보았다. “네가 예수냐? 나에게는 너를 풀어줄 권세가 있다. 내 앞에 조아리기만 하면 너를 자유롭게 풀어 줄 수도 있다. 너에 대하여 죄가 없다는 소식을 들었다. 나한테 목숨을 살려 달라고 매달려 보거라.” 헤롯의 떨리는 목소리는 긴장한 탓에 갈라지고 있었다.
그의 목소리에 예수가 고개를 들었다. 정수리에서 얼굴로 피가 떨어지고 있었다.
헤롯은 예수의 얼굴은 보자마자 놀라고 말았다. 그 얼굴은 세상에서 볼 수 없었던 빛이 담겨있었다. 전에 이런 얼굴을 본 적이 있었지. 세례 요한이었다. 그가 외치는 회개의 목소리가 울릴 때 헤롯은 두려움에 떨었다. 그런데 그런 얼굴을 다시 만나게 되었다.
이 예수는 세례 요한의 그 얼굴과는 비교할 수 없었다. 헤롯은 마지막으로 쟁반 위에 담겼던 요한의 모습이 생각이 나면서 두려움이 몰려왔다. 지금 눈앞에 있는 예수마저도 요한처럼 그렇게 죽인다면 더 큰 공포가 올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예수를 빌라도에게 돌려보내겠다. 나는 예수에게서 죄를 발견하지 못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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