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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늦게 집에 돌아와 보니 엄마가 병무청에서 온거라고 봉투하나를 내미셨다.
영장이었다. 이런 제기랄... 하필이면 2학기 기말 시험 끝나고 이틀 뒤였다.
사실 영장은 예비 영장으로 한 차례 나와 있었다. 그런데 대학에 진학을 안했다고 신체 등급 2급인데도 불구하고 병역법이 바껴서 18개월 방위로 가게 되었다.
낮에는 공무원 생활을 하면서 밤에는 공부를 하는 처지라 쉴 사이도 없었다.
머리가 멍해졌다. 기말 시험 대비도 해야 했고 또한 휴직원을 내고 다른 사람에게 인수 인계를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날이 점점 추워지고 있는 11월 초에 받은 영장이라 걱정이 더해졌다. 11월 30일이 입대하는 날이였다.
기말 시험이 끝나면 12월을 재미있게 보내려고 했던 내 계획은 수포로 돌아가게 되었다.
무엇보다도 걱정이 되었던 것은 은선과의 만남이었다. 학기초부터 그녀를 향한 나만의 사랑을 풀어보지도 못한채 군대에 가게 된것이다. 물론 현역 보다는 주말에는 자유로왔지만 빡빡머리를 한채 그녀의 얼굴을 볼 자신이 없었다.
처음본 그녀는 비누향이 났다. 키가 작고 계란형의 얼굴이었다. 그녀가 입은 옷은 흰 블라우스에 검은 스커트 였다. 난 첫눈에 그녀에게 반했다. 두근 거리는 맘을 억지로 누르면서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
"미안한데... 내가 직장을 다녀서 늦게 오는데 자리좀 맡아 줄수 있어요?"
지금 생각하면 뻔뻔했지만 그녀는 땀을 흘리며 어렵게 말을 꺼내는 나를 이해했는지 웃으면서 그렇게 해주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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